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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판을 엎어라 (살림) 15

열정의 사나이 2012. 1. 15. 11:28

 

 

 

 

 

 

바둑랭킹 1위, 32연승 신화,

세계바둑대회 15회 우승!

세계를 호령하는 바둑계의 신성 이세돌의 소신과 뚝심, 그리고 멈춤 없는 질주!

 

내 안에 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발상과 수읽기로 바둑판을 지배하라!

나에게는 판을 지배하는 비장의 한 수가 있다!

 

 

 

불리한 형세를 딛고 끝내 판을 뒤집는 짜릿한 명승부,

‘불꽃의 승부사 이세돌’이 바둑판을 지배하는 법!

 

통산랭킹 부동의 1위, 22개월 연속 랭킹 1위, 불꽃의 승부사, 중국 킬러, 큰 판에 강한 진정한 승부사. 12세의 나이에 혜성같이 등장하여 조훈현, 이창호, 서봉수 등 기라성 같은 당대 고수들을 이기고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이세돌을 평가하는 단어들이다. 이런 그에게 붙는 또 다른 수식어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역전의 승부사’다.

이세돌의 초반 포석은 매끄럽지 못하다. 그러다보니 상대방의 두터움에 밀려 특유의 날카로움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결국 대마까지 몰살당해 일찌감치 패색이 짙은 경기도 많다. 그러나 이때부터 이세돌의 무시무시한 대반격은 시작된다. 마치 ‘전신’ 조훈현이 전성기 때 특유의 '흔들기'로 불리한 바둑을 기적처럼 역전시켰던 것처럼, 이세돌은 엄청난 뒷심으로 바둑판을 마구 흔들고 결국 상대방이 우세하던 판을 자신의 판으로 가져간다.

상대의 혼을 뺄 듯 정신없이 흔들어 결국 거짓말 같은 역전승을 일궈내는 그의 바둑 스타일은 전세계 바둑팬들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혹자는 이세돌의 바둑을 ‘롤러코스터를 타는 즐거움을 주는 스타일’ 또는 ‘반전이 기대되는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을 준다’고 말할 정도다.

결정적 한 수로 판을 뒤집는 이세돌의 능력은 과연 어디서 올까? 『판을 엎어라』는 이세돌이 바둑판을 지배할 수 있었던 강력한 스타일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수읽기, 집중력, 그리고 타고난 승부근성

초반의 불리한 형세를 뒤집고 승리를 얻는 그의 바둑에는 분명 특별한 점이 있다. 그것은 강력한 ‘수읽기’다. 그의 수읽기는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 변화무쌍하여 상대방이 예측하기 힘들다. 또한 정설을 깨는 상식 밖의 수를 많이 둔다. 이런 수읽기가 바탕이 되어 그의 바둑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자랑한다. 이러한 강력한 수읽기는 그의 스승인 아버지의 지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아버지에게 많은 것을 물려받았고 많은 것을 배웠다. 한글보다 바둑을 먼저 가르친 스승도 아버지였다. 나는 이미 비금도에서 나의 바둑 스타일을 완성했고, 그것은 모두 아버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5p, ‘모든 것을 물려주고 가르쳐 준 아버지’에서>

 

“아버지는 빨리 푸는 것보다 정확하게 푸는 게 더 중요하므로 ‘수(手)읽기’를 할 시간은 필요한 만큼 충분히 가지라고 했다. 그래서 쉬운 문제라도 두 번, 세 번, 다시 확인하곤 했다.”

<22p ‘산수만 천재’에서>

 

이러한 강력한 수읽기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초반 포석이 약한 것은 그의 약점이었다. 그러나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키는 두 번째 무기는 ‘집중력과 승부근성’이다.

바둑은 마인드 스포츠라 부를 정도로 고도의 두뇌 싸움이 필요하다. 즉,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 또한 승부의 관건인 것이다. 이세돌 9단이 초반 포석의 열세를 극복하고 역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 또한 집중력이었다. 그는 어려움에 봉착하면 놀라우리만치 무서운 집중력으로 길을 연다. 마치 단검 하나만 들고 화살이 빗발치는 적진을 돌파하는 결사대의 모습으로, 무수한 상처를 입었어도 결국 상대방에게 일격을 날린다. 이런 점이 바로 바둑팬들이 그의 바둑에 열광하는 이유이다.

또한 이세돌은 누구보다 승부근성이 강하다. 이창호 9단을 상대로 생에 첫 세계 우승 자리를 놓고 대결했을 때, 그는 두 판을 먼저 이기고도 세 판을 내리 져서 역전패를 당했다. 현장에서는 덤덤한 듯 복기를 했지만, 그가 역전패의 충격에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처럼 지기 싫어하는 승부근성을 가진 그는 『판을 엎어라』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그 한 판이 치명타였다.(중략) 대국에서 진 그날 밤 처음으로 울었다. 정말 많이 울었다. ‘2 대 0으로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지기 힘든 바둑이었는데 왜 졌을까.’ 나 자신이 너무나 바보 같았다. 이제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며 아마도 바둑에서 그런 경험은 두 번 다시 겪지 않을 것이다.”

<60p. ‘처음, 바둑 때문에 눈물을 흘리다’에서>

 

 

나는 이긴다, 흐름은 반드시 넘어온다!

그는 대마가 잡힌 절제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끈질기게 파고들어 승부를 뒤집는다. 하지만 이런 역전승이 그의 전매특허가 된 것은 놀라운 수읽기, 무서운 집중력과 승부욕과 더불어 경기(판)를 엎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마지막까지 기회를 노리면 흐름이 반드시 넘어온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감과 희망은 그가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을 때에도 그를 바로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는 『판을 엎어라』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하더라도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흐름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때 만약 내 머릿속에 ‘이 바둑은 힘들겠구나.’ 하는 체념이 꽉 찼다면 바둑은 아마 그대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최선의 수를 두다 보면 역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이 점점 강해졌다.”

<86p,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세돌답지 않은 기보는 남기고 싶지 않다!

나에게 아직 명국은 오지 않았다!

 

 

이세돌은 패한 판이라도 인터뷰 일정을 체크해야 하는 대회 진행자의 진땀을 뺄 정도로 꼼꼼히 복귀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내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역전승을 거둔 대국에서조차 언제나 ‘만족할 수 없는 경기’라고 말한다. 비록 승부에서는 이겼지만 대국 내용에 아쉬워하는 것이다.

승리에 목마른 냉혈한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가 승리보다 더 높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기보’다. 그는 『판을 엎어라』에서 ‘이세돌 다운’ 기보를 남기고 싶으며. 아직 자신에게 만족스럽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명국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한때 그는 이단아라 불리며 정상의 자리에서 물러나 바둑계를 잠시 떠난 적이 있었다. 그의 소신을 펼치기 위한 이세돌만의 스타일이 오해를 산 결과였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소신을 다시 펼치기 위해, 자신만의 명국을 만들기 위해 반상 앞에 다시 섰다. 바둑 인생의 쉼표였을 뿐, 마침표는 아니었던 것이다.

『판을 엎어라』라는 제목은 지금까지 좋지 않은 흐름을 수없이 뒤집고 바둑판을 지배한 이세돌식 바둑을 말하는 함축적인 문장이다. 앞으로 그가 얼마나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제목의 의미처럼 판을 지배하며 자신만의 바둑판을 만든다면, 그가 그토록 바라던 명국에 한층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프로바둑기사 이세돌로서 그가 판을 지배했던 수읽기와 집중력, 자신감뿐만 아니라, 인간 이세돌로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존경심, 승리에 심취해 자만심에 빠졌을 때의 심정,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의 고뇌와 슬럼프 극복의 과정, 그리고 왜 자신이 휴직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진솔하게 담고 있다.

 

“아직까지 나에게는 나 자신도 만족스럽고 사람들에게도 인정받을 만한 명국이 없다. 아직 내 바둑에 모자란 점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빈 공간에 바둑돌을 놓아 바둑판을 채워 가면서 대국이 완성되듯, 내 안의 빈 곳을 하나하나 채우고 나의 바둑을 완성시켜 가야 할 것이다.

나는 바둑판에 한 수 한 수 바둑돌을 올려놓을 것이다. 후대에까지 길이 남을, 그리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는 멋진 명국을 만들 그때를 꿈꾸면서.”

<225p, ‘나에게 아직 명국은 오지 않았다’에서>

 

 

 

 

 

 

  ▶ 지은이 소개

 

지은이_이세돌

불세출의 바둑스타 이세돌은 바둑계에서 가장 비범하고도 당찬 인물로 꼽히는 바둑 아이콘이다. 그의 공격적인 바둑 스타일과 야생마 같은 행보는 언제나 바둑계에서 이슈가 되었다. 그의 튀는 행동이 간혹 기성세대와의 충돌로 보이기도 했지만, 이는 소신을 펼쳐가기 위한 이세돌만의 스타일이 오해를 산 결과이기도 하다. “이세돌 답지 않은 바둑은 두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바둑 스타일과 그의 행보는 그만의 소신과 뚝심이 낳은 결과이다.

자신의 꿈을 향한 멈춤 없는 질주가 고요했던 바둑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의 자유분방하고 강한 소신은 젊은 팬들에게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졌고, 그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상징이자 롤 모델이 되었다. 이제는 기성세대도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그의 소신에 뜻을 보태고 있다.

12세에 프로기사로 입단해 29세까지 세계바둑대회에서 15번의 우승을 차지했으며, 2000년에는 32연승을 거두며 제5기 박카스배에서 우승, 최우수기사상을 수상했다. 한국기원이 2003년에 승단 규칙을 개정한 뒤, 유례가 없는 속도로 9단까지 승단하기까지 했다.

2009 KB국민은행 바둑리그 불참 이후로 2009년 6월 30일부터 6개월간 휴직을 하였으나, 2010년 복귀와 함께 24연승을 하며 통산 800승 고지에 올랐으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바둑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현재 국내랭킹 1위이며 이상훈 6단의 친동생이다. 저서로는 『이세돌 명국선』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 내 인생에 쉼표는 있었어도 마침표는 없다

 

제1부 포석 내 삶의 반상에 첫 돌을 놓다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아버지에게 배웠다

실전, 실전, 실전으로 다져진 바둑 실력

일곱 살 섬 꼬마, 프로바둑기사의 꿈을 품다

섬 바깥의 바둑 세상과 만나다

개구쟁이 꼬마 기사의 객지생활

프로 입단 그리고 정체의 시간

아버지를 잃고, 승리를 향한 독기를 얻고

단칸방 시절을 버티게 해 준 낙천성

정상 등극과 추락 그리고 재기의 롤러코스터

 

제2부 운석 나 자신을 믿고 전장으로 간다

초반, 중반 그리고 종반

원칙과 현실 사이

마인드 컨트롤도 실력이다

자신감이 없으면 승리도 없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내 마음속 불청객과의 전쟁

스트레스 해소법

바둑기사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

바둑은 둬 봐야 안다

중국 리그

 

제3부 행마 나는 생각한다, 고로 바둑을 둔다

바둑과 인생, 비교할 수 없다

신수(神手)가 사라지는 요즘 바둑

바둑을 두면 머리가 좋아진다?

왜 여성들은 바둑을 안 배울까?

바둑은 천재의 스포츠가 아니다

세상에 대충 둬도 괜찮은 바둑이란 없다

선택과 집중

‘좋은 바둑’이란 무엇일까?

 

제4부 수상전 나만의 수읽기로 살아가기

호기심 마왕, 질문 대왕

프로바둑기사는 게임 마니아

고집불통 남편, 무던한 아내

바둑도 등산도 전투적으로

집 계산은 잘해도 돈 계산은?

 

제5부 끝내기 그리고 새로운 시작

내 인생의 공백

성찰의 시간

다시 전쟁터로 뛰어들다

복귀 후 첫 대회 그리고 우승

이세돌답지 않은 기보는 남기고 싶지 않다

휴직 전의 나, 휴직 후의 나

아시안게임 그리고 10번기

 

에필로그 : 나에게 아직 명국은 오지 않았다

 

 

 

▶ 책 속으로

스포츠 선수들이 나이를 먹으면 아무래도 신체 조건이 천천히 하강곡선을 그리게 마련이다. 대부분 프로 스포츠에서는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슬슬 전력이 떨어지고, 마흔이 넘어가면 현역에 머물러 있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바둑은? 가만히 앉아서 머리만 쓰는 것이니 다른 스포츠보다 나이는 그리 큰 문제가 안 될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바둑도 확실히 나이와 상관관계가 있다.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마흔 살이 넘어가면 바둑이 쉽지 않다. 쉰이 넘은 나이에도 세계대회 우승까지 차지하며 정상급의 기력을 유지하고 있는 조훈현 9단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사람이다. 그런 예는 바둑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감히 이야기하지만 그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사는 아마 지금으로서는 이창호 9단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나도 자신이 없다. 지금까지의 기록도 뒤처지지만 지금과 같은 절정의 기력을 마흔, 쉰이 넘어서까지 유지할 사람은 아무래도 이창호 9단뿐일 듯하다.

예전부터 마흔을 넘기고서도 기력을 유지할 자신은 없었다. 하물며 쉰은 언감생심이다. 마흔까지만이라도 정상급의 위치에 있을 수 있다면 나로서는 할 만큼 한 거다. 그만하면 내 바둑 인생은 성공한 거라고 누구에게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120p, ‘마흔까지만 정상에 있을 수 있다면’에서>

 

중국 리그에는 한국에서는 절대로 배울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지만 한국 기사와 중국 기사 사이에는 스타일의 차이, 즉 기풍의 차이가 있다. 서로가 상대방이 갖고 있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다. 정의내리기는 힘들다. 바둑을 둬 봐야 안다. 경험을 통해서 감각으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세계대회만으로 그런 감을 익히기란 쉽지 않다.

중국 리그에 참여하면서 바둑 역시 성숙해졌고 그들의 스타일을 받아들이면서 내 바둑의 수법들이 다양해졌다. 한국에서는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얻었고, 이를 통해서 더 성장할 수 있는데, 과연 최고를 지향하는 프로바둑기사가 그런 좋은 기회를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

물론 나는 한국의 프로바둑기사이므로 한국 대회와 한국 리그에 집중하는 게 한국팬들에게도, 팀이나 스폰서에게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 하자면, 중국에서 많이 배워서 바둑을 향상시킴으로서 세계대회에서 중국 기사들을 이기는 것 역시 한국 바둑계가 바라는 바가 아닐까? 특히나 요즘처럼 세계 바둑의 판도가 한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경험’이 필요하다.

<127p, ‘중국 리그의 의미’에서>

 

바둑기사라면 상대가 약하다고 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갓 프로가 된 신인이든, 정상의 자리에 오른 고수든 상대를 얕잡아보는 태도를 고치지 않으면 나쁜 습관이 생긴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태도를 이렇게 합리화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상대가 약하니까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데 굳이 힘을 쓸 필요가 없잖아? 강한 상대와 둘 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두면 되지. 그게 페이스 조절이잖아.”

얼핏 그럴 듯하다. 상대가 약하면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이길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바둑 두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하면 자신의 바둑 전체가 오염된다. 약한 상대인지 강한 상대인지 따지는 것도 나의 주관에 불과하다.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상대방을 과소평가하는 심리가 조금씩은 있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는 자신보다 약한 상대가 아닌데도 얕잡아 보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버릇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결국 ‘누구와 둬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바둑을 두게 된다. 그때의 결과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한 해에 수십 판, 많게는 100판이 넘는 바둑을 둬야 하는 프로바둑기사가 모든 대국에 100퍼센트 집중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대국 일정이나 컨디션에 따라서 페이스 조절을 하는 것과 상대가 약해 보인다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신예 바둑기사들 중에서는 이런 심리적인 함정에 빠져서 자칫 나쁜 습관을 들이는 경우가 있다. 반드시 경계해야 할 마음속의 적이다. 호랑이는 사냥을 할 때 큼직한 사슴이든 작고 약한 토끼든 최선을 다해서 뒤쫓아 먹잇감을 구한다.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고 상대가 누구든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바둑을 두어야만 성장할 수 있다.

<156p, ‘세상에 대충 둬도 괜찮은 바둑이란 없다’에서>

 

만약 구리와 10번기가 성사된다면 의미가 클 것이다. 10번기란 일본 에도시대에 시작된 바둑계의 ‘끝장대결’을 말한다. 10번의 바둑을 두면서 4판의 차이가 나면 치수(置數, 기력의 정도에 따라 누가 먼저 둘 것인가를 정하는 기준)가 고쳐진다. 상대보다 하수로 판명돼 치수를 고치게 되면 은퇴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 ‘불멸의 기성(棋聖)’으로 추앙받는 위칭위안 9단은 1930~1940년대 17년 동안 일본의 쟁쟁한 고수들인 기타니 미노루, 후지사와 구라노스케, 사카타 에이오 등과 대결해 모조리 치수를 고친 것으로 유명하다.

10번기는 위험부담도 크다. 예전에는 10번기에서 지는 걸 두고 ‘명예살인’이라고도 했다. 지금은 ‘이벤트’ 정도로 여기니 크게 낙담하거나 슬럼프가 오지는 않을 거고 그래서도 안 된다. 하지만 모든 대국은 전적으로 평생 남는다. 또한 10번기는 3번기나 5번기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그야말로 진검 승부다. 바둑에 3번기, 5번기, 7번기는 있지만 9번기는 없고 정점에 있는 게 10번기다. 요즘 결승은 3번기가 대세인데 그건 단기전이고, 10번기는 최장기전이다. 짝수 대국이니까 5 대 5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비기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진짜 승부라는 느낌이 든다.

10번기를 지면 설령 그다음에 다른 기전에서 이겼다고 해도, 둘 사이의 승자는 10번기를 이긴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 만약 내가 10번기를 이긴다면 다른 기전의 결승에서 세 번이나 맞붙어 진다고 해도 둘을 평가할 때 사람들 입에서 결국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그래도 이세돌이 10번기를 이겼잖아.”가 될 것이다. 반대로 진다면 100년이 흘러도 나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나올 것이다.

“이세돌? 좋은 기사였지. 하지만 10번기에서 구리한테 졌잖아.”

6 대 4로 지면 슬럼프나 낙담까지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7 대 3으로 진다면 심각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완패인 셈이니 아무래도 타격이 있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있지만 반대로 승자가 되면 얻는 것도 크다.

10번기가 성사된다면 설레는 대국이 될 것 같아 기대된다. 부담이 있긴 하지만 부담감 없이 어떻게 큰일을 할 수 있을까? 기분 좋은 대국이 될 것 같다. 대국을 할 때는 부담감이나 중압감이 무척 싫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지든 이기든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진다. 그래서 계속 바둑을 두는 것인지도 모른다.

프로바둑기사에게는 돈과 명예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저 상대는 이기고 싶다.’는 강렬한 승부욕도 있어야 한다. 10번기를 도전이라고 부를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이나 묘하고 설레는 기분이다. 생각하고 있으면 입에 침도 마른다. 이건 돈 주고 살 수 있는 기분이 아니다. 그런데 돈을 받고 그런 기분을 느끼다니……. 그게 프로바둑기사의 좋은 점이 아닐까?

<169p, ‘가장 재미있는 바둑 파트너, 구리 9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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