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 가난, 질병으로
매일 죽어가는 19,000명의 아이들이
0이 되는 그날까지 제로의 힘을 믿어요!”
2,555일의 눈물과 기쁨을 기록한 리얼 감동 휴먼 스토리
ZERO는 희망이 되었고, 희망은 기적이 되었다
아프리카 대륙의 시에라리온,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러나 불행히도 파상풍에 감염되고 말았다. 주로 집에서 출산을 하는데 손에 잡히는 대로, 철제 조각이나 더러운 칼로 탯줄을 끊기 때문이다. 시에라리온에서만 매년 14만 명의 신생아와 3만 명의 산모가 파상풍으로 사망한다. 사실 파상풍은 간단한 주사만 맞으면 쉽게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병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이 아이를 치료할 수 없다. 시에라리온에 있는 모든 병원을 뒤졌지만 파상풍 치료 백신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살 수 있을까? 그건 의사도 간호사도 모른다. 그저 가슴 아파하며 하늘에 기도할 뿐이다.
하루에 19,000명의 아이들이 파상풍처럼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이 넒은 나라에 백신이 한 개도 없어 태어난 지 고작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가 고통 속에 세상을 뜨는 것이 시에라리온의 서글픈 현실이다. 1명의 아이를 잃는 시간, 5초. 매일 19,000명이라는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슬픈 오늘이다.
‘제로의 힘을 믿어요(Believe in Zero)’는 살릴 수 있지만 기본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죽는 아이들의 숫자를 제로(0)로 만들겠다는 유니세프의 목표이며, 희망과 믿음의 메시지다. 이 책은 유니세프 미국기금 회장 겸 CEO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캐릴 스턴이 세계 곳곳의 구호 활동 현장에서 굶주림, 가난, 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걸어온 7년간의 여정을 담았다.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못다한 이야기,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제로의 기적을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상 보는 눈을 다르게 만들어주는 기적의 숫자, 0
세상에서 가장 약하고 아픈 존재들. 구호 현장에서 가장 약하고 아픈 이들은 바로 아이들이다. 살아가면서 절대로,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아이들의 생명과 미소일 것이다.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도 하루에 19,000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다. 1991년 기준 33,000명에 비하면 죽는 아이들의 수가 거의 절반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수많은 아이가 손도 써보지 못하고 죽어간다. 이는 아프지만 외면하면 안 되는 현실이다. 한 아이가 세상을 떠나면, 그 뒤에 버티고 서있던 가족의 세상도 순식간에 멈추어버린다. 그리고 남은 가족은 아이가 떠난 빈자리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비록 이미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도울 방법은 없지만, 아직 살아 있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수없이 많다.
모두가 믿으면 불가능은 가능이 된다. 지금까지 역사가 보여주었듯이 사회적인 변화는 엄청난 수의 대중이 그 가능성을 느끼고 참여할 때만 가능하다. 이 책은 모두가 이를 깨닫고 변화를 갈망해야 하며, 변화는 우리가 진심과 마음을 다하고 우리 손과 발이 직접 움직일 때에만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노동 현장에 내몰리고, 한 끼 식사 때문에 거리에서 몸을 팔고, 강압에 못 이겨 군대에 끌려가는 아이들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되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외친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 때문에 죽어가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19,000명이 제로가 되는 날이 어서 오도록 모두가 힘을 합치기를 호소한다.
예방주사가 부족해서 죽는 아이들이 제로가 되기를 믿는다.
굶주리는 아이들이 제로가 되기를 믿는다.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는 아이들이 제로가 되기를 믿는다.
에이즈에 감염되는 아이들이 제로가 되기를 믿는다.
전쟁에 희생되는 아이들이 제로가 되기를 믿는다.
노동 착취를 당하는 아이들이 제로가 되기를 믿는다.
캐릴 스턴과 유니세프는 그날이 올 거라고, 제로의 기적이 이루어 질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 책의 수익금 전액을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여 ‘생명을 구하는 책’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모든 아이들은 건강을 누리고 교육을 받으며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희망을 품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렇게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더는 모른 척 하며 살 수 없어요”
캐릴 스턴은 평범한 엄마다. 유니세프 미국기금 회장 겸 CEO로서 아이들을 살리는데 헌신하고 평생을 평화와 인권을 위해 살았지만, 이 세상 모든 엄마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거뜬히 오르내릴 수 있는 세 아들을 둔 엄마다. 현장 경험이 전혀 없던 그녀가 처음 모잠비크에 갔을 때 벌레가 무서워 덜덜 떨곤 했지만, 엄마의 마음을 통해 눈과 귀가 뜨이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7년 동안 그 모든 현장을 눈으로 지켜본 후 그동안 만났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기 위해, 무관심 때문에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이들을 구하고 살리면서 겪었던 숨겨진 사연과 놀라운 이야기가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이다.
모잠비크에서 로사라는 산모를 만나면서 캐릴의 배움은 시작되었다. 모잠비크는 오랜 내전으로 인한 가난, 가뭄과 홍수 같은 자연 재해, 물자 부족으로 기본적인 삶의 조건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열악한 위생 시설과 의료 서비스 때문에 충분히 살 수 있는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로사는 곧 엄마가 되지만 에이즈로 고통 받는 몸이다. 로사의 임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는데, 첫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죽었고 둘째 아이는 임신 초기에 유산됐다. 세 번째 임신. 로사는 출산을 위해 진통을 참아가며 4시간을 걸어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예쁜 딸을 낳았다. 살아서 태어난 아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로사는 행여나 딸에게 에이즈를 옮길까 싶어, 몇 주 동안 매일 병원을 찾기로 결심했다. 에이즈 약을 먹어야 하는데 글을 몰라 어떤 약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딸을 안고 매일 4시간을 걸어 병원에 가는 것을 로사는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캐릴처럼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엄마들처럼. 로사를 만나고 나서야 캐릴은 유니세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비로소 배웠다. 그것은 전 세계를 구하자는 거대한 구호가 아니라,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는 한 목숨을 지금 당장 살리는 것이다.
이 책은 가족에게 닥친 시련을 멈출 방법도 없고 달리 도망칠 곳도 없는 상황에서 살아가는 엄마들의 이야기, 가족의 생계를 책임 져야 하는 열 살 소년의 이야기, 내란과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으로 전락하여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또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는 놀라운 사람들의 리얼 감동스토리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당신은 많은 면에서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를 알고 난 후의 당신은 더는 예전의 당신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지은이 소개
캐릴 스턴(Caryl M. Stern)
아이들을 번쩍 안아주는 푸근한 손 그리고 따뜻한 엄마 미소의 소유자, 캐릴 스턴. 그녀가 걸어온 지난 7년간의 여정은 굶주림, 가난, 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과 함께한 길이었다. 치료할 수 있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1만 9,000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다. 주사 한 대면 쉽게 낫는 파상풍 같은 병으로 매일매일 수많은 아이들이 허망하게 죽는다는 사실이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충분히 살릴 수 있건만 기본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죽는 아이들의 숫자를 제로(0)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제로의 힘을 믿어요(Believe in Zero)’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슬로건은 유니세프의 목표이자 이 책을 관통하는 희망과 믿음의 메시지다.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인 그녀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케냐 사막 한가운데서 우연히 한 여자와 아이를 만났을 때,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깡마른 그들에게 그녀가 당장 줄 수 있는 것은 사과 한 개뿐이었다. 그들의 굶주림 서린 눈빛이 잊히지 않아서, 그동안 자신이 만났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관심을 호소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리고 이 책의 수익금 전액은 아이들을 위해 기부된다.
지금 그녀는 세계의 아이들을 살리고 평등과 인권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바로 그녀가 꿈꾸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반인종주의연맹 최고운영책임자와 유니세프 국제 사무소 및 5개 지역 사무소 총책임자를 역임했다. 현재 유니세프 미국기금 회장이자 CEO로 재난 현장과 구호의 손길이 간절한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옮긴이 소개
정윤희
서울여자대학교 영문과 번역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세종대학교, 청강산업대, 서울디지털대학교, 한국사이버대학교, EBS에서 영어, 소설 번역, 영상 번역, 영문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EBS, OnStyle, MGM, 하나TV 등 공중파 및 케이블 채널과 소니, 디즈니, CJ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개봉관 외화 번역가와 영화제 번역가로 활동했으며, 번역 에이전시 하니브릿지에서 전문 출판 번역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비밀의 정원1,2》《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실버라이닝 플레이북》《악어와 레슬링하기》《앨리스와 앨리스: 같은 시간을 두 번 산 소녀의 이야기》《펄 벅을 좋아하나요?》 등이 있으며, 장동건의 헐리우드 진출 영화인 〈워리어스 웨이〉를 번역했다.
추천의 글
어린 아이의 눈을 바라보면 슬프도록 아름다울 때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눈이지만 어쩌면 너무 빨리 무엇을 알아버린 것 같은 눈이기 때문입니다. 캐릴 스턴이 7년 동안 구호 현장에서 만난 세계 아이들의 눈이 담긴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에게 맑은 빗방울이 절실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이라도 우리가 아이들의 내일에 작은 희망 하나를 건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안성기(배우 ‧ 유니세프 친선대사)
책을 덮었을 때 귓가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웃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열악한 상황, 눈이 찡그려지는 처참한 하루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웃고 있습니다. 우리가 대단한 것을 해줄 수는 없어도, 책 속의 감동 그대로 우리가 이 아이들을 위해 응원 한 마디와 따뜻한 손길을 보내면 어떨까요?
- 최시원(슈퍼주니어 ‧ 유니세프 스페셜엔보이)
오늘도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배고픔 속에 살아갑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열 살 소년, 갓난아기에게 줄 식량이 없는 엄마에게 내일은 어쩌면 더 가혹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그들을 향해 희망을 쏘아 올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기적은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희망이라는 이름 아래 제로의 기적이 일어날 것을 믿습니다.
-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가장 취약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구하면서 겪은 아프고도 아름다운 경험을 전합니다. 현실은 차갑지만 우리는 그녀의 눈을 통해 진심을 열고 희망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도 그녀처럼 굶주림과 가난, 그리고 질병 없는 세상을 꿈꾸고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 티모시 슈라이버(국제스페셜올림픽위원회 회장)
강력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그녀의 말처럼 전 세계 아이들은 ‘원대한 꿈을 꾸고 그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한다. - 커커스 리뷰
차례
추천의 글_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되는 것들
로사의 아주 특별한 네 시간
다르푸르의 눈동자
제로의 기적
브라질에서 만난 작은 영웅
하얀 셔츠를 입은 소녀
지붕 위의 바이올린
유년을 빼앗긴 아이들
타인의 고통을 기억한다는 것
책 속에서
산모는 알록달록한 담요를 덮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고, 바로 옆에는 갓 태어난 귀여운 공주님이 꼬물거리고 있었다. 나는 산모의 얼굴에서 출산 직후의 고됨과 새 생명을 맞이했다는 벅차오르는 감동의 복합적인 감정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건 아이를 낳아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까만 피부에 단단한 골격으로, 정성스럽게 땋아 내린 머리카락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무통주사나 마취주사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순전히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은 것이다.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죽을 고생을 하며 아이를 낳은 지 고작 한 시간밖에 안 된 사람에게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까? 출산이란, 여자에게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엄청난 시련이 아닌가.
나는 최대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조심조심 다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물었다.
“첫 아이인가 보죠?”
아이 엄마는 아주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는데, 처음에는 내가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건가 아니면 통역이 잘못된 건가 싶었다.
“아이가 살아 있는 건 처음이에요.”
그녀가 바로 로사였고, 그렇게 나의 배움은 시작되었다. _15쪽
소녀는 당시의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현장을 지워버리려는 듯 천천히 눈꺼풀을 내렸다. 그 참혹했던 날, 소녀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어린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지만, 껍데기만 남아 있을 뿐이다. 하나같이 비슷한 경험담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충격과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으며 사방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당시의 폭력적인 사건은 순식간에 벌어졌지만 그로 인한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한 여자는 민병조직의 습격 후에 아이들 다섯이 한꺼번에 사라져서 다들 죽은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다 다행히 수용소에서 아이들이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그녀의 얼굴에 서린 기쁨은 손으로 만져질 듯 생생했다. _67쪽
나는 병원 의료진에게 이 아이를 치료할 약이 언제쯤 도착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아, 저희로서는 치료 약을 구할 도리가 없습니다.” 간호사가 지극히 사무적인 말투로 대답했다.
“네? 구하지 못한다고요? 이유가 뭐죠?”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저 아이의 몸에 있는 독소와 맞서 싸울 수 있는 항독소 혈청을 구하는 거예요.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많이 알아봤지만 구할 데가 없어요. 저 아이가 살지 죽을지는 하느님의 은총에 달려 있죠. 하지만…, 아무래도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요.”
“전부 알아보신 건가요?”
“시에라리온에 있는 병원을 전부 뒤졌어요.”
갑자기 사방이 콱 막힌 방에 갇힌 기분이었다. 아이가 치료 중이고, 분명히 회복될 거라고만 믿고 있던 나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러면 이 아이는…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나요?”
“그건… 누구도 모릅니다. 한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그보다 이르거나 늦을 수도 있고요.”
간호사는 그대로 사라졌고 나는 말문이 막힌 채로 굳어버렸다. 이 넓은 나라에 저 갓난아이를 살릴 혈청 하나가 없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시에라리온의 현실이었다. 간호사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 자체가 특이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일 뿐이다. _99쪽
소년이 목청을 가다듬더니 여전히 땅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이야기를 시작했고, 직원이 영어로 옮겨주었다.
“제 이름은 RC입니다. 마나우스에 살아요. 아주 긴 시간이 걸려서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이 자리에 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순간 아이들 몇몇이 고개를 들고 소년의 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오신 손님들에게 제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한순간도 아프지 않았던 적이 없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항상 병을 달고 살았어요.”
드디어 모든 아이가 고개를 들었고 게임기보다 훨씬 흥미를 느끼는 듯했다.
“처음에는 제 병이 어떤 건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 병이 뭔지 알게 되었을 때는 남들에게 얘기할 수 없었어요. 엄마가 말하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저는 HIV 양성자입니다.”
회의실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속삭이는 소리조차 없었다. 아이팟을 만지작거리는 소리도 몸을 뒤트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RC는 계속해서 얘기를 이어나갔고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다들 그의 얘기에 빠져들었다. _121쪽
루이스는 총 14가지의 물품을 보내달라며 품목을 불러주었다. 칫솔과 비누, 슬리퍼, 샴푸, 바닥 깔개, 담요 등이었다. 요청사항을 듣고 있던 팀원 하나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 물건들을 어떻게 보내지?’하는 눈빛이었다. 나는 걱정스러움을 털어내며 수화기에 대고 이렇게 답했다. “물론이죠, 루이스.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필요한 수량이 어느 정도 되시죠? 200개 정도?”
그런데 그의 대답을 듣고 나는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흠…, 5만 개 정도 보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많이 모아서 보내주세요. 일단 필요한 물품들을 전부 모아서 포장을 뜯은 다음, 14개의 생필품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운반할 수 있을 정도의 무게로 상자에 나눠 담아서 보내주세요. 도로가 완전히 마비된 상태인데다, 도로가 멀쩡한 상태라 해도 당장 운반용 트럭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생존 패키지가 아이티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직접 운반을 해야 하거든요.”
내가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캐릴, 가능한 한 72시간 안에 아이티에서 그 패키지를 받아 아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어야 합니다. 가능하시겠어요?” _169쪽
선진국에서 살아가는 일반 시민이라면 꿈을 꿀 기회조차 박탈당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방문 이후, 케냐와 탄자니아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에서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이 모여 사는 센터를 방문하면서 그것이 상상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숱하게 일어나는 일임을 알게 됐다.
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어른 몫을 해내는 아이들을 만났다. 하지만 센터를 찾아오는 그 아이들 역시 아이인 건 분명하기에 농구를 좋아하고 노래 부르길 좋아하고 신기한 걸 좋아하고 질문을 좋아한다.
센터에 있는 꼬마 소녀들은 내 손을 끌어당기며 이렇게 묻곤 했다.
“저 예뻐요?”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희 모두 무척 예쁘고 아름답고, 그리고 아직 어린아이들이라고. 그것만으로도 지금 너희가 안고 가는 무거운 책임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언젠가 너희 삶도 훨씬 풍요로워질 거라고. _266쪽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녀의 얼굴이 손에 만져질 것처럼 생생하다. 눈빛에 서린 굶주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깡마른 몸, 죽을힘을 다해서 아이를 붙잡고 있던 한쪽 손과 사과를 움켜쥔 나머지 손. 내 인생에서 그녀를 만났던 사실은 바로 내가 이 책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밤마다 잠자리에 들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기억들 때문이기도 하다. 시에라리온에서 죽어가던 갓난아기, 흐릿한 조명 아래 일을 하던 아이들의 모습,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셔츠를 빨아서 빳빳해지도록 베고 잔다던 소녀들…. 지금까지 만났던 엄마들의 얼굴도 하나둘 떠오른다. 그중에는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은 아이들도 있고 제시간에 도움의 손길이 닿지 못한 아이들도 있다. 항상 성공적인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RC처럼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이 수천 명이 넘고, 셀 수 없이 많은 아이가 학교에 가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오늘도 열심히 내 일을 한다. _298쪽
ZERO는 희망이 되었고, 희망은 기적이 되었다
◆ 응모방법: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적어주세요^^
◆ 모집 기간 : 12월 4일 ~12월 13일
◆ 모집 인원 : 10명
◆ 발표일 : 12월 14일
◆ 서평 작성 마감일 : 책수령 후 2주 이내 (→책수령과 서평완료 댓글로 확인)
★ 신청자격★
◆ 정회원만 신청 가능합니다. (준회원인 경우 등업 신청을 받으세요-공지사항 /정회원 등업신청)
◆ 위의 내용을 스크랩 하고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 1.닉네임: 2.이름: 3:신청도서 4:주소 정확히(우편번호 포함):
5 :핸드폰번호: 6:직업: 7: 아이디
먼저 댓글로 신청을 하신 후, 1~7번까지의 내용을 적어서 예쁜글씨 앞으로 쪽지를 보내주세요.
◆ 회원정보에 빈 칸을 모두 채워주세요. 특히, 서평단은 블로그 공개여부를 확인 합니다.
(스크랩 내용 확인)
◆ 책수령 후 2주안에 자신의 (필수 2곳)블로그와 독서클럽, 인터넷 서점(YES24, 알라딘, 교보문고,
인터파크, 리브로, 반디앤루니스 등) 중 2곳을 선택해서 총 4곳에 서평을 남겨 주셔야 합니다
◆ 서평이 밀려있는 회원은 신청을 자제해 주세요.
'독서 > °♡о 오늘의추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청춘성어 (맛있는책) 10 (0) | 2014.01.24 |
---|---|
[스크랩] 영어 스피킹 기적의 영어코칭 30 (로그인) 10 (0) | 2013.12.19 |
[스크랩] 선생님과 함께 미리 배우는 초등 한국사 1,2 (주류성) 10 (0) | 2013.12.07 |
[스크랩] 불안하다면 잘 되고 있는 것이다 ( 맛있는책) 10 (0) | 2013.12.07 |
[스크랩] 직업의 정석 (세종서적) 10 (0) | 2013.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