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연습 <연륜의 준비>
중년 연습: 아내만 빼고 다 바꿔라
1955년생이신 아버지도 한때는 소년이었고, 열정적인 청춘이었을 것이다. 시대가 다르긴 하지만, 나도 조금씩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조금씩 인생의 길을 걷고 있다. 스물 여섯인 지금도 불과 몇해 전 나는 학생이었고, 어리광 넘치는 개구장이었다. 진시황제도 불로장생의 꿈을 이룰 수 없을 만큼 모든 삶에는 끝이 있다. 300년을 넘게 산다는 거북이도 생의 기간이 사람과 달리 조금 더 길 뿐이고, 1000년을 이어온 마을의 장수나무도 언젠가는 생을 마감한다. 폭력이 무서워 어른들의 훈계가 줄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낯선 어른이 꾸지람하는것이 그들의 입장에서 달갑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질서가 무너지게 됐는지 씁쓸한 노릇이다.
사오정,오육도등 사회의 경제붕괴를 풍자하는 단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k본부의 "미스김' 또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잘 반영하여 비정규직의 삶과 중년의 어려움을 동시에 토로한다.
생각해 보면 나도 20년 후에는 중년이다. 그때까지의 인생을 계획해 보지 않았지만, 비정규직이나 명예퇴직의 권유에 휩싸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행복한 삶, 건강한 삶, 여유로운 삶을 위해서 준비하는 2030 보다 시니어/실버세대가 더 중요하다. 젊어서는 가난하든, 돈을 잘 벌든 어떻게든 살아간다. 젊은 육체가 든든한 밑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든 후에는? 체력도 정신력도 바닥일 수밖에 없다. 거기다 가장만 바라보는 아내와 자식들은 누가 책임 질 것인가?
요즘은 이러한 고통을 대변하듯 3포세대가 유행이다. 연애,결혼,출산을 아예 포기하고 여유롭게 살아가겠다는 사회의 슬픈 자화상인 것이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일본의 유명기업들이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뒤쳐진 점, 현대의 중장년층이 영어,컴퓨터등 새로운 시대의 지식을 습득하느데 소홀했다는 점.. 이것이 중년의 위기다. 사실 육체와 다르게 정신은 부딪히고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고 믿는다.
20대보다 40대의 열정이 뒤쳐진다고 결코 장담할수 없는 현실적인 증거들이 무수히 많다. 5년의 계획을 세우고, 10년의 계획을 세우고, 20년의 계획을 세우라고 많은 분들이 조언한다. 당장 내일도 알수 없지만, 더 먼 훗날을 누가 기약 할 수 있을까?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 이란 심리학 책이 많은 중장년층의 공감을 얻고 있다. 흔히 심리학도서는 연애나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이 읽으시는데, 이 시대의 중년들이 힘들긴 힘든가 보다. 하지만 전쟁과 IMF를 겪어온 자랑스런 우리 아버지들인데, 마음고생 하심에 가슴이 뭉클 거린다.
모든 내용을 간소화 하고 요약하면, 중년에게 필요한 것이 6가지다.
열정,목적,힘,계획,관점,인내력...어쩌면 100년의 삶을 살아도 다 깨우치지 못할수도 있다. 책 한권이 인생을 변화하기도 하지만, 소 귀에 경읽기라면 이야기는 틀려진다.
중년은 사실 연습보다 지난 젊은날에 익혀온 경험을 바탕으로 연륜을 내세워 자기만의 완성품을 내놔야 하는 결정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중년들이 고통에 호소하는 걸 보면 시대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주기가 급속도로 변했음을 느낀다.
아름다운 중년, 로맨틱한 중년을 넘어 행복한 중년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금부터 연습을 시작해야 할것이다.
잊지말자, 며느리 늙으면 시어머니 되고, 사위가 늙으면 장인어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