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레드-딜 (SCG 북스) 10
[대한민국 정치의 흐름, 돈을 보면 보인다]
450조에 달하는 대한민국 전체 예산에 대한 ‘개론서’다. 개론서라고 이론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예산과 얽히고설킨 정치의 실태’를 짚어보고 알려준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무상복지 예산공방, 공무원연금 개혁, 야권이 요구하는 4대강 국정조사, 갈수록 불어나는 재정적자와 증세 문제까지… 국민은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예산에 대한 관심이 그닥 높지 않다. 세금을 올리려고 하면 어김없이 조세저항이 터져나오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예산을 낭비하지 않는다면 굳이 세금을 더 걷을 필요도 없다. ‘국가재정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예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이해가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인식이다. 기존의 학술적인 예산서적들과 달리, 시사적 이슈를 중심으로 각종 쟁점들을 풀어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딱딱한 도표나 그래프를 ‘삽화’로 대신했다. 예산에 관한 촌철살인의 명구들을 넣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책 소개]
● 공생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악수, 레드-딜
정부와 국회, 야당과 여당은 절대적인 적대관계에 있지는 않다.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공생, 즉 레드-딜이 이뤄진다. 정부는 9월쯤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이른바 워치독(watch-dog) 기능이다.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예산이 제대로 편성됐는지 꼼꼼하게 살피라는 것이다. 정치부 기자인 이 책의 저자 이준서(37)는 관료와 정치인은 손을 꼭 맞잡고 있다고 폭로한다. 은근슬쩍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2000년대 이후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에서 국회가 손질하는 규모는 평균 1%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이 376조원 규모이니 3조~4조 원쯤 된다. 국회는 워치독 역할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정부로부터 1%의 예산을 받아간다. 정부 역시 전혀 나쁠 것이 없다. 1%만 떼어주면 나머지 99%를 지켜낼 수 있다.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여당과 야당도 예산 앞에서는 예외다. 정부가 떼어준 1%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거대 양당이 배분한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새누리당은 150여석, 새정치민주연합은 120여석을 차지하고 있다. 5.5 대 4.5의 비율이다. 2014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예결위가 감액한 3조원 가운데 여당은 55%인 약 1조6,000억원, 야당은 45%인 약 1조3,000억원을 나눠 가졌다. 비율대로 나눠가진 1조6,000억원과 1조3,000억원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각각 내부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다. 서로 관여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예산 배분은 마치 수학공식 같은 시스템에서 이뤄진다. 국회의 워치독 기능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워치독이 잠자는 사이, 노련한 관료 조직의 방임은 누가 통제하는가? 그들은 고기 한 점을 먹이고 워치독을 잠재운다. ‘눈먼 돈’이다. 한 푼이라도 더 차지하려 다들 혈안이 돼 있다. 정치적 지지와 협박을 무기로 숟가락을 얹고 있는 수많은 이익집단들까지 달려들면 가뜩이나 멀어버린 눈은 한 번 더 가려진다. 거래한 공생 구조에서 국민의 피같은 세금은 한푼 두푼 낭비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재정적자는 목까지 차올랐다. 국가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혈세를 둘러싼 공생은 계속되고 있다.
● 쪽지예산 마케팅의 불편한 진실
해마다 새해 예산안 심사를 연말까지 질질 끌어왔던 국회. 올해는 모처럼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무렵까지 줄다리기를 이어왔던 관행을 끊어냈다. 12년만에 헌법에 규정된 법정시한(12월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했다고 의기양양하다. 그것으로 끝난 것일까? 한 꺼풀 벗겨보면 칭찬이 무색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쪽지예산은 되풀이됐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사업의 예산을 반영해달라는 민원을 쪽지에 적어 예결위 인사들에게 친전 형태로 건네는 관행을 일컫는다. 카카오톡이나 휴대전화 문자 등을 이용한다고 해서 카톡예산·문자예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다보니 쪽지나 카톡 등 비정상적 루트를 거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싹트기 마련. 단순히 절차를 지켰느냐의 협의적 개념보다는 정치권의 혈세 낭비를 비판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사용된다. 언론은 “국가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역구 예산확보에 혈안이 됐다”며 정치인들을 맹비난한다.
그럼에도 쪽지예산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중앙언론이 비판할수록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은 “욕을 들어먹으면서까지 지역예산 확보에 주력했다”며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 저자는 그 불편한 진실의 답을 대한민국 국가예산을 둘러싼 은밀한 공생 구조에서 찾는다. 문제의 본질은 쪽지예산 자체가 아니다. 덮어놓고 국회의원들만 비판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얘기다.
● 책을 여는 순간 드러나는 예산의 속살
저자는 예산을 둘러싼 오해들도 꼬집는다. ‘대통령 예산’은 예산안에 항목조차 없는 개념상의 용어임에도 해마다 뜨거운 쟁점이 되곤 한다. 대통령 예산이란 현직 대통령이 주력하는 국정과제와 관련된 예산이다. 문제는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키워드를 이용해 사업명을 붙이고 포장만 바꾸는 관료들의 꼼수다. 대통령의 핵심 공약과 관련된 예산은 청와대나 각 부처가 예산편성 단계에서부터 먼저 챙기기 때문에, 예산요구서 맨 앞머리에 내세워진다. 그러다보니 기존 사업들의 이름만 바꿔 재탕하거나, 충분한 타당성 검증 없이 대통령 국정과제라는 브랜드만 달아 예산을 밀어 넣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대통령 예산으로 규정되면 그 꼬리표를 떼어내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이전에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평범한 사업도 ‘대통령’ 키워드 하나에 정치쟁점으로 부상하게 된다.
복지예산은 또 어떤가. 통상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저자는 복지예산을 재계산한다. 저자의 계산에 따르면 복지예산은 이미 150조원을 훌쩍 넘는다. 시각에 따라선 200조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사각 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건강보험이다. 건강보험은 가장 명백한 복지 제도임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는 공공기관에서 일반회계로 관리된다. 정부예산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규모가 40조원에 육박한다. 20조원에 달하는 지방정부의 자체 복지지출도 포함해야 한다. 복지의 주인인 국민에게 중앙예산과 지방예산을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등도 대표적인 복지정책으로 인식되지만 국가재정으로 따지자면 교육예산으로 집계될 뿐이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하면 복지예산은 150조원을 훌쩍 넘는다.
저자는 다만 복지예산이 많다는 사실이 “현 정부가 복지 정책을 중시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당분간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은 그 어떤 반대에 부딪히더라도 해마다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며,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좋든 싫든 ‘복지’라는 고속열차에 탑승했다. 앞으로도 무상보육,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 건강보험 등 수많은 복지정책들이 논쟁의 첫머리에 오를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덮는 순간 고속열차의 주행방향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이준서 지음
연합뉴스에 입사해 금융부, 경제부, 증권부를 거쳐 2011년부터 정치부 국회팀에서 취재하고 있는 11년차 기자다. 돈과 권력의 관계에 관심이 많았다. 합법적으로 돈과 권력이 만나는 지점인 국가예산을 취재하면서 그 중요성에 비해 국민적 관심은 미미한 현실을 보고 집필을 기획했다. 국가예산을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은 비단 국회만이 아니다. 재정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예산낭비를 감시해야 하는 감사원, 지방예산을 관할하는 행정자치부, 60조원 규모의 교육재정에 관여하는 교육당국까지…앞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국가예산을 분석할 요량이다.
[추천사]
“분명 예산은 ‘그들의 예산’이 아닌 ‘국민의 예산’이 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가? ‘내’가 주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이 책을 펼쳐봐야 할 것이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이 책을 덮는 순간, ‘동사무소 예산’에도 이유있는 분노를 터뜨리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예산은 '정책의 꽃'이다. 다년간 국회와 선거현장을 취재하는 언론인이 집필한 첫 예산서적이라는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한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관료, 국회, 지자체, 선거, 시스템… 그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다큐멘터리처럼 묘사해냈다. 대한민국의 작동원리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다면 누구나 읽어야할 예산 지침서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온 국민이 눈에 불을 켜고 들여다봐야 마땅함에도 매년 연말이면 정쟁의 볼모가 되는 예산의 속살을 재치있고 심도있게 풀어낸 끈기와 기발함에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조윤선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
“재미있습니다. 국가예산이라는 복잡한 과정이 간명하게 정리됩니다. 그리고 숫자로 정치를 해석해낸 시각이 새롭습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본문 중에서]
국회 예산심사의 의미는 삭감에서 빛을 발한다. 해당 부처 공무원들을 제외하면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겠지만, 정치인들이 불필요한 예산을 얼마나 많이 삭감해내느냐에 따라 예산의 질이 결정된다. 예산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각 정부부처와 지방정부의 요구사항을 1차적으로 걸러낸다고 한다면, 국회에서 추가로 군더더기를 솎아내는 작업이라 볼 수 있다. (62p)
예결위의 마음대로 증액하는 구조는 아니다. 증액 단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는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다. 기본적으로 모든 증액은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앞서 1장에서 설명한 정부의 증액동의권이 발동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아무리 강하게 밀어부쳐도 기획재정부가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 증액은 불가능하다. 예결위 여야 간사가 비공개에 진행하는 막판 증액심사에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배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86p)
여야 지도부 10명과 함께 예결위·기재위·국토위·안행위·교문위의 위원장 및 여·야 간사 등 각 3명씩, 총 25명 정도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지닌다. 국회의장과 2명의 국회부의장에게도 일정 예산을 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는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30명 정도만 그나마 실력을 행사한다고 할 수 있다. 국회에 들어온 초선 의원들은 예산 확보 전쟁에 명함도 내밀기 힘들다. (중략) 여야 지도부와 실세 의원들은 예산 편성 시점부터 자기 지역구 예산을 수백억~수천억원씩 챙기게 된다.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여야 지도부와 상임위원장, 간사를 위해 사업예산의 10~20%를 미리 떼어놓는다는 얘기도 있다. 그야말로 은밀한 레드-딜이다. 이들이 끼워 넣는 사업은 기획재정부 장관과 예산실장의 중요 예산 목록에도 올라가 쉽게 심사를 통과한다. 해당 부처는 물론이고 기재부도 실세들의 예산 청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이유인즉, 실세들이 장·차관과 실·국장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94p)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챙기기가 악惡 인가? 정부 예산안에서 깎아서 마련한 돈으로 지역구 예산을 늘리는 게 잘못된 것인가? 우선 ‘그렇다’라고 답변하려면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은 선善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어야만 한다. 오해 없길 바란다. 지역구 예산 레드-딜을 두둔할 의도는 전혀 없다. 옮고 그름의 선악 프레임만으로는 그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지역구 예산은 지역정치라는 정치적 시야에서 봐야만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102p)
지역에 가면 국민체육진흥센터라는 시설이 세워져있다. 한 지방자치단체도 총 120억 원짜리 국민체육진흥센터를 세우기로 하고, 정부로부터 예산을 따냈다. 보통은 지방보조사업 규정에 따라 국민체육진흥기금 30억원이 지원된다. 이 지자체도 국민체육진흥기금에서 30억원을 지원받고 지방비로 90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중략) 지역구 국회의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사업 방식을 ‘지방보조사업’에서 ‘민간보조사업’으로 전환하면 지방비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기금 예산으로 공사를 마무리한 뒤 위탁운영 방식으로 수익을 거둬가는 방식이다. 어쨌든 국민체육진흥기금의 부담은 커지게 됐지만, 지자체 입장에서는 번듯한 체육시설을 부담없이 세울 수 있게 됐다. 물론 사업방식을 전환하려면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얻어 ‘사업코드’라는 것을 바꿔야 하는데, 기획재정부는 총 사업 규모를 대폭 줄이는 조건으로 사업방식 전환에 동의했다. 실질적으로는 국고지원이 대폭 늘어난 ‘숨겨진 레드-딜’인데, 왜 동의해줬을까. 이 국회의원은 여당의 핵심 당직을 지냈다. 일종의 전관예우였다.(111p)
2013년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으로 활동한 A국회의원은 예산심사 도중에 높은 기관의 모 인사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실명을 밝히긴 그러니 대략 장·차관급 정도로 해두자. 특정 장애인 관련 사업예산을 꼭 반영해달라는 레드-딜 요청이었다. 어쨌든 「예산안조정소위 심사자료 책자」에는 예결위원 9명의 이름으로 증액 요청이 중복해서 들어왔다. 그것도 여야 의원들을 가리지 않고. 다방면으로 부탁을 해놓은 것으로 보인다. 소관 상임위원회에서도 신규 사업으로 무려 338억원의 예산을 증액해놓은 상태였다. 이 예산은 최종적으로 52억원 증액됐다. 신규 사업 예산으로 이 정도의 금액을 반영할 수 있는 권력자는 그리 많지 않다. 국회에 새로 들어온 초선의원들은 몇 억원도 확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도대체 누구의 ‘쪽지’였을까. 이처럼 상당수의 쪽지예산들은 그 출처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113p)
2014년 예산에 새롭게 반영된 외교부 소관 아프리카 관련 사업 사례를 보자. 한국과 아프리카 대륙의 경제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서울과 아프리카의 주요 거점에 교류센터를 세우는 사업이다. 중국과 일본이 아프리카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을 지켜본 외교부로서는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시각에서는 예산낭비로 보였는지 계속 퇴짜를 놨다. 그러다 반전의 기회가 왔다. 2013년 7월초 강창희 국회의장 순방단이 케냐·에티오피아·탄자니아 등 급성장하는 동아프리카 3개국을 찾았다. 집권여당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이주영 의원(현 해양수산부 장관)도 순방단의 일원이었다. 순방단은 아프리카 대륙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그렇게 순방단 의원들이 중심이 돼 국회 ‘아프리카 새시대 포럼’이 결성됐다.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들도 아우르는 포럼이었다. 때마침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 시즌이 도래했다. 그간 나홀로 힘겹게 기획재정부를 설득해야 했던 외교부로서는 ‘힘있는’ 국회의원들의 지원사격을 받아 약 25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114p)
2011년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지고, 곧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격 사퇴한 탓에 곧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의원에 매달렸다. 박근혜 의원 측은 먼저 한나라당이 복지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원인 가운데 하나인 복지 문제에서 입장을 정리해놓아야 선거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었다. 곧바로 한나라당은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모두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복지당론(黨論, 정당의 공식 입장)을 채택했다. 그리고 박근혜 의원은 선거 지원에 뛰어들었다. 이후로 한나라당에서 무상시리즈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눈에 띄게 줄었다. 복지이슈를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박근혜 의원은 무상복지가 2012년 총선과 대선의 핵심 이슈가 될 것임을 예측한 것일까? 그리고 박근혜 의원은 이듬해 선거 정국에서 복지 이슈를 주도했다. 집권여당의 프리미엄도 있었겠지만, 왜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지를 느낄 수 있는 한 단면이다.(125p)
남은 과제는 ‘0~2세 가정양육(A)’부터냐, ‘0~2세 보육시설(B)’부터냐의 선택이다. 언뜻 아이 1인당 70만~80만원이 필요한 보육시설 지원이 더 부담스러울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0~2세 아이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키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산을 가장 적게 들이고도 생색을 낼 수 있는 그룹은 바로 B그룹이었다. 총선을 불과 3개월여 남겨둔 시점에, 무상보육은 그렇게 시작됐다. (125p)
2012년 4·11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논의의 테이블에 올랐던 무상복지 예산은 그해 12·19 대선을 마치고서 마무리됐다. 무상보육 예산으로 약 1조4,000억원, 반값등록금 예산으로 약 5,000억원이 각각 증액됐다. 특히 무상보육 예산 1조4,000억원을 국회에서 증액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보육시설에 다니는 0~2세에 대해서는 소득과 상관없이 보육료가 이미 지원되고 있었고, 여기에 더해 가정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에 대해 양육수당까지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정부의 이른바 무상보육 정책은 완성됐다. (129p)
역대 최대 복지예산 맞다. 그러나 그 자체로서 “현 정부가 복지 정책을 중시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당분간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반反 복지정권이 출범하더라도 복지지출은 해마다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게 될 것이다. 한번 확대되면 더 늘릴지언정 줄이기는 어려운 복지정책의 특성 탓이다. (141p)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예산을 기준액인 500억원 미만으로 줄이는 것이다. 사업구간을 쪼개 사업별로 예산을 적게 만들거나, 의도적으로 소요예산을 과소 계상하는 편법들도 사용된다. 일단 사업을 시작한 후 부족한 예산은 야금야금 늘려가는 식이다. (중략) 국가기록물 보존서고 신축 사업과 광주 첨단산업2단지 진입도로 사업은 예타를 피하려고 사업비를 아예 499억원으로 신청했다가 이듬해 2~3배로 증액시켰다. 제주 하수도사업과 국토교통부의 항공교통관제시스템 구입, 연근해 어선 감척사업 등도 사업비가 모두 499억원에 맞춰졌다. (155p)
‘뻥튀기 수요예측’이 민자民資·민간투자 방식과 결합하면 최악의 레드-딜로 전락한다. 선거철마다 후보들이 각종 개발공약을 쏟아내면서 그럴 듯한 재원조달 비책인 냥 제시하는 바로 그것이다. 민자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대개는 재원조달 대책이 마땅치 않다고 스스로 커밍아웃하는 꼴이다. (158p)
재정위기의 충격은 역사에서도 여러번 증명됐다. 18세기 후반 프랑스 대혁명은 재정위기에서 시작됐다. 루이 14세부터 시작된 사치로 프랑스 왕실 재정은 늘 적자였다. 1년 예산을 살펴보면 총세출의 50% 이상이 국채상환과 이자 지불이 지출되면서 국가재정은 빚을 얻어 빚을 갚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중략) 16세기 무적함대를 거느렸던 스페인도 채권을 발행해 막대한 전비를 조달했고 결국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을 거듭하다 정부 파산을 선고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침몰시킨 것은 영국의 ‘해적왕’ 프랜시스 드레이크 경이 아니라 재정위기라는 말도 나온다. 고대 로마제국의 몰락에도, 독일 나치정권의 등장에도 어김없이 재정위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140여 년 전 제정러시아가 ‘자원의 보고’ 알래스카를 미국에게 단돈 720만 달러에 팔아치운 것도 고질적인 재정적자 탓이었다. (194p)
고령화 추세를 바꾸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거니와 가능하지도 않다. 결국 출산율을 어떻게 높이느냐의 싸움이다. 더 많은 아이들을 낳자. 출산이나 육아와 관련된 지출을 놓고 복지포퓰리즘이니 예산부족이니 하는 ‘한가한’ 소리 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저출산은 북핵보다 더 무섭다”(2009년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2044년까지 고작 30년의 시간이 남았다. (201p)
무조건 국제평균에 맞추자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롤모델로 자주 애용됐던 미국도 조세부담이 낮다. 조세부담이 높은 곳들은 ‘복지강국’으로 불리는 유럽 선진국들이다. 각 나라마다 처한 상황, 국민들의 조세부담 능력과 복지기대수준 등이 제각각일 테니 정답은 있을 수 없다. 다만, 국제적 기준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조세부담은 낮은 편이다.(211p)
어느 계층에서부터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할까? 양쪽 모두 세금을 더 내도록 해야 한다. 부자는 많이 내고, 중산층은 적당히 내고, 서민은 조금 내면 된다. 이른바 보편증세다. 우리나라 복지정책이 ‘무상’으로 표현되는 보편복지를 추구한다면, 복지재원도 철저하게 보편증세 원칙으로 접근하는 게 합리적이다. “가난한 이들에게도 세금을 걷을테니, 부자인 당신들은 더 많이 내시오” 정치권은 이렇게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2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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