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안낭아치 (미디어저널) 10
흡입력이 최고라는 평을 듣는
작가 박희주의 두 번째 장편소설
<안낭아치>는 IMF로 온 나라가 요동치던 90년대에 한 남자가 문명과 자연 그리고 자신과 타인의 이중성에 몸부림치듯 온몸을 던져 고뇌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발견해가는 이야기이다.
인간의 품격과 존재, 행복의 기준은 무엇인가?
<안낭아치>에서 국가와 개인,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그리고 좌절과 희망을 통해 존재의 근원적인 저 끝까지 파고들어 찬찬히 던지는 작가의 물음을 만난다.
죽었지만 신분은 살아있는 남자 한장몽, 살았지만 신분은 죽은 남자 김희훈, 아내이지만 단절된 일상의 존재, 남이지만 함게 하는 일상의 존재인 선림, 이들의 스토리를 풀어가는 하나하나의 구조는 매우 단단하다. 이들을 통해 독자는 이 시대의 진정한 가치관과 삶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다.
시인으로, 또 소설가로 문학을 향한 열정을 불태운 작가가 얼마나 오래 고뇌하며 이 작품을 썼는지,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는 과연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는 <작가의 말>이다.
나는 이 작품을 소설가로 등단하기 전이었던 1997년 11월 한 달 동안 도서관에 처박혀 썼다. 내 인생에 평탄했던 시기가 언제 있었겠는가마는 이때도 많은 고민을 하며 살았으리라.
그 고민이라는 것이 시간에 지배당하며 살기보다 조종하는 삶을 누리고 싶은 열망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아내의 이해를 구한 끝에 이 작품의 초고를 끝냈었다.
장편으로는 두 번째.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에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나는 소설가가 되었다. 이걸 쓸 당시의 불혹지년에 어울리지 않게 나는 세상일에 만족하질 못하고 마냥 흔들리고 흔들리다가 불현듯 찾아온 망상을 현현해 보이리라며, 오직 이 길만이 ‘실현되지 못하는 내 삶의 가능성’에 대한 타진이자 새로운 인생의 돌파구가 돼줄 거라 믿고, 소설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면서 미친 듯이 썼던 작품이다.
초고를 완성하고 나선 나름 뿌듯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보기 싫은 미숙아를 낳았다는 부끄러움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내가 부족했던 것이다. 어떻게 세상에 내보낼 수 있으랴.
자신이 없었다. 고치고 또 고쳤다. 무려 18년 동안이나. 그럼에도 불안하고 마음을 졸이게 되는 건 여전한데 부천문화재단과 미디어저널 출판사가 용기를 주었다.
자신만의 개성 있는 문체와 시각으로 시대와 사회를 조명하는 박희주 소설가는 창작을 위해 고뇌하고 열정을 다하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차례
(1) 나가 죽어!
(2) 나는 누구인가
(3) 고래지(池)에서
(4) 한숨이 절로 나왔다
(5) 회한에 젖은 슬픈 남자의 초상
(6) 그녀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7) 갈증의 끝, 숨 가쁜 설렘
(8) 나는 무책임했다
(9) 눈 내리는 밤의 골짜기
(10) 잃어버린 솥단지를 찾으러
(11) 더 살아갈 자신을 잃었다
(12)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13) 아, 이 일을 어쩐다냐!
(14)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나, 김희훈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사장. 열심히 산 덕분에 회사고 가정이고 안정적으로 꾸리며 살고 있는데 갑자기 밀어닥친 경기침체IMF로 하루아침에 나가자빠지고 만다. 급기야 직원들의 밀린 봉급과 퇴직금을 주기 위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내놓게 된다. 그 아파트는 순전히 아내가 음악 학원을 운영하여 장만한 것. 술에 잔뜩 취해 아파트를 내놓았다고 말하는 내게 아내는 “나가 죽어!”라고 소리친다. 그 말이 나를 울리고 화나게 한다.
어린 남매를 둔 서른다섯 살 가장인 나는 배낭을 메고 슬그머니 집을 빠져나온다. 그래, 나가 죽으리라. 설령 죽지는 않더라도 죽는 시늉이라도 해보이겠다며.
고래산으로 향한다. 그런데 우연찮게 어둠이 가시기 시작한 골짜기에서 소주병과 농약병을 곁에 둔 주검을 만나게 된다. 그 주검의 얼굴이 기가 막히게도 나와 아주 닮아 있었다. 지독한 무섬증에 그냥 지나치려던 나는 거기에서 실로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떠오른다. 주검과 나를 바꾸기로. 그리고 바로 실행한다. 지갑을 바꿔치기한 것이다. 물론 주민등록증과 함께. 주검의 주인공은 나와 동갑인 한장몽, 그가 죽은 게 아니고 나, 김희훈이 죽은 것이다. 나가 죽어라고 소리치던 아내를 놀라게 할 속셈으로.
고래산 정상에 올라 당분간 있을만한 곳을 물색하다 조그만 저수지를 발견하고 내려간다. 그곳에서 한동안 있을 근거를 마련하며 텐트를 친다. 거기에서 은행 명퇴자인 노처녀 최선림을 만난다. 아담한 체구에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
선림의 아버지는 시인이면서 신문기자. 시국사건과 관련하여 어디론가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고 풀려났으나 그 후로는 요주의인물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알코올을 탐닉하다 죽어간 사람. 그 여파로 선림의 부모는 이혼을 하고 어머니는 남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날씨는 추워지는데 여전히 잠자리는 텐트지만 과수원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산 중턱에서 겨울을 지내기에 알맞은 아늑한 굴을 발견한다. 나는 가출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앞으로 살아가야할 날들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자 장기전도 불사할 생각을 하며 나만의 세계로 굴을 꾸민다. 그래서 열심히 먹을거리를 준비하고. 선림은 많이 가까워져 굴에 처음 오던 날, 나와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다.
집을 나와 절망적이던 상태에 선림은 일종의 구원, 나를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그래서 주검의 지갑을 바꿔치기 한 골짜기로 간다. 그런데 산짐승의 짓인지 그렇게 빨리 부패되었는지 시체는 형편없이 훼손된 채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만에 하나 시체가 그대로 있다면 지갑을 원상태로 돌려놓으려던 생각은 실행되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112에 신고를 하고 만다. 그리고 그날 밤, 라디오 뉴스에서는 나의 자살이 보도가 되고. 엉뚱하게 번지는 사태에 집으로 전화를 하고자 했으나 끝내 알리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편리할 대로 생각을 한다. 나는 여전히 살아있으면 되는 거라고. 인사동에 갔던 선림과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여 선림이 중상을 입는다.
선림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사랑은 더욱 깊어만 가고.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나의 위치와 선림의 위치를 생각하여 갈등이 싹튼다. 선림은 미국에 있는 남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간다. 과수원의 일이 끝나 무엇이든지 해보려던 나는 고물 장사치로 나서 고물을 수집하러 다니다가 가출 전에 운영하던 회사의 직원을 만나 아파트가 팔려 퇴직금과 밀린 봉급이 정산된 것과 내가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나는 고민한다. 그리고 한장몽의 집을 찾아간다. 그런데 한장몽의 아내가 암으로 인해 죽음 직전에 이른 상태여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한다. 그때 나를 한장몽으로 아는 생활설계사 정미옥으로 인해 어린 아이들의 아빠 아닌 아빠가 되어버린다.
한장몽이도 시대가 낳은 불운아. 전직 경찰로서 학생들의 데모를 진압하다 학생이 죽는 바람에 살인 경찰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파면 당한 뒤 하는 일마다 되는 일이 없어 가까운 친척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3년 전에 집을 나간 사람이었다. 결국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고래산 골짜기에서 농약을 마셔버리고 죽었던 것. 그런데 그날 밤 한장몽의 아내도 숨을 거두고 나는 남편 아닌 남편으로서 그녀의 장례를 치른다.
꼼짝없이 한장몽의 집에 한장몽이 되어 눌러 있게 된 나.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을 챙기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미국에 갔던 선림이 돌아온다. 참으로 난감해져버린 나의 처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무책임하게 집을 나와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빚어낸 나의 죽음과 그로 인해 감수할 수밖에 없는 한장몽의 아이들, 선림과의 관계. 결국 선림과 헤어질 것을 결심하고 일방적으로 그녀와 그만 만날 거라고 선언한다.
나는 가출 후 육 개월 만에 아내의 학원으로 간다. 그런데 원장이 바뀌었다. 더 놀라운 것은 내가 죽어 아내가 재혼했다는 실로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한다. 목사인 형에게 전화를 하여 만난다. 내가 죽은 줄만 알았던 형. 아내의 재혼은 형이 서둘렀기 때문이라는데 자초지종을 들은 형은 말한다.
“희훈아, 나는 네가 살아있어 기쁜 게 아니라 죽지 않아서 미치겠다.”
나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기 위해 행해졌을 나의 가출. 그런데 정작 나, 김희훈이를 잃어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한장몽인가? 아니다. 나는 나.
과수원에 일을 나가며 머릿속에서 막연한 앞날을 그리며 살아가던 어느 날, 선림이 준 호출기가 울리고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녹음된 말을 듣는다. 선림이 나의 아기를 낳았다는. 선림에게 달려간다. 운명의 전환 같은 것을 느끼며. 그런데 그 선림도 아이와 함께 미국으로 떠난 뒤였다. 나는 비로소 어릴 때 들었던 별명, 뜻도 모르고 불리어졌던 추상의 안낭아치를 기억한다. 그것은 바로 내 한평생을 양분하여 살게 될 운명의 이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는 별 수 없이 한장몽의 아이들이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집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거기에도 한장몽의 어머니와 사촌이 나를 어이없는 눈초리로 기다린다. 무책임한 가출은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내가 갈 곳은 새로 태어날 자궁과 같은 동굴밖에 없다.
지은이 박희주
전북 임실 출신으로 전북대학교를 졸업하고 시작활동을 하다가 <월간문학> 신인상에 중편 ‘내 마음속의 느티나무’가 당선되어 소설계에 입문했다. 시집으로 ‘나무는 바람에 미쳐버린다’와 ‘네페르타리’가 있고, 소설집 ‘내 마음속의 느티나무’와 ‘이 시대의 봉이’ 장편소설 ‘사랑의 파르티잔’ ‘안낭아치’등이 있다.
◆ 참여방법 :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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